과연 여기 계시거늘(창 28:16)
(창 28:16)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야곱이 형의 분노를 피하여 밧단아람으로 피신하여 가는 중 한 곳에서 잠을 자게 된다. 하늘을 이불 삼고 마음에 드는 돌을 하나 가져다가 베개를 삼아 잠을 잔다. 외롭고 춥고 무서운 잠자리이다. 뒤척이는 잠이었을 것이다. 불안한 밤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꿈 가운데 야곱을 찾아오신다. 약속을 주신다. 함께 하시며 땅의 티끌과 같은 자손을 약속하신다.
형을 속이고 아버지를 기만한 야곱이다. 자기 방식으로 자기 몫을 챙기고, 형의 몫까지 빼앗고 싶어한 야곱이다. 그런 야곱이 하나님을 먼저 찾은 것이 아니다. 낙심하고 외로움 가운데 누워 있을 야곱을 찾아오셨다. 돌베개를 베고 있는 곳,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바로 그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야곱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나이는 70대, 약 77세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 야곱이 정든 고향을 떠나고 익숙한 부모님과 안정적인 가정을 떠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리고 브엘세바에서 밧단아람까지의 거리는 약 800km이다. 단숨에 갈 수 없는 거리이다. 한 달 이상, 두세 달은 족히 걸릴 거리이다. 그 땅을 외롭게, 그리고 도망자 신세로 이동하는 야곱이다.
하나님은 야곱을 찾아오시고 꿈을 꾸게 하신다. 약속을 주신다. 자손의 복과 땅의 복과 모든 족속에게 복의 통로가 되는 복을 약속하신다. 하나님이 어디를 가든지 반드시 함께해 주실 것을 약속하신다. 야곱이 꿈에서 깨어 한 고백이 무엇인가? 그 꿈을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개꿈 취급을 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느끼지 못한 자신을 되돌아본다.
야곱은 자신을 되돌아보며 하나님께 기도한다. 이곳이 하나님의 집이며,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문이 있는 곳이라고 고백한다. 우리도 하나님의 임재를 실제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분명히 하나님이 곁에 계시고, 나와 함께하시는데, 내 안에 계시는데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살아간다. 평소에는 관심도 두지 않다가 힘든 일을 만날 때 급하게 하나님을 찾는다.
일상생활이 아닌 가끔 하는 일은 낯설고 어색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꿈 가운데라고 하나님을 만나면 야곱처럼 변화된다. 한 번의 경험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부단히 말씀을 묵상하고 하늘의 은혜를 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데도 하나님을 자주 잊어버린다.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은 채, 하나님의 부재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산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위해 은혜를 내려 주시는 분이시다. 광야를 통해 우리를 단련하시고 믿음의 자녀로 세우시는 분이시다. 광야를 통해 동행 훈련하시고,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붙잡는 성화의 과정을 지나가게 하신다. 야곱은 부모로부터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아버지의 하나님이 아니라 나의 하나님을 경험하고 찬양한다.
야곱의 필요를 아시는 하나님이 먼저 야곱을 찾아오셨다. 언제 어디서나, 내가 어디로 가든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살도록 꿈을 꾸게 하시고 약속의 말씀을 주신다. 야곱처럼 우리도 허물이 많지만 믿음의 계보를 이어가도록 우리를 구원하시고 자녀 삼아 주셨다. 하나님의 열심, 하나님의 사랑이 야곱을 믿음의 족장으로 다듬고 있다. 나를 다듬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며 야곱처럼 “이곳에 하나님이 정말 계시는구나” 고백하면서 믿음의 길을 걸어가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