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후 4:21)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 으불로와 부데와 리노와 글라우디아와 모든 형제가 다 네게 문안하느니라
바울은 자신의 날을 계수하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서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 인생은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마무리가 더 중요하다. 믿음으로 시작했다가 육체로 마무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믿음으로 시작한 사람이 더 성숙하고 헌신적인 하나님의 사람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바울은 시대의 흐름도 읽을 줄 알았다. 겨울이 오고 있기에 겨울 전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제껏 믿음의 교제를 나눈 사람과 다시 친밀한 교제를 나누고자 어서 오라고 부른다. 추운 겨울이 오기에 몸을 따뜻하게 할 겉옷, 두꺼운 옷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평소 자신이 자주 읽었던 가죽 책을 가져오게 한다. 아마도 하나님 말씀을 기록한 책이었을 것이다.
겨울 전에 오라는 말을 생각하면 지금은 가을이다. 바울은 겨울이 오기 전 가을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것이다. 농부가 가을에 추수하여 겨울을 준비하는 것처럼 바울도 다가올 겨울을 가을에 준비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가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을에 준비하여 맞이해야 할 우리의 겨울은 무엇일까?
인생의 가을은 새로운 적응의 계절이다. 봄이나 여름처럼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할 때는 아니지만 인생의 겨울을 내다보며 적응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이다. 내가 가진 것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내 능력의 한계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 시절처럼 살면 안 된다.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더욱 풍성한 정신세계를 추구해야 한다.
믿음 안에서 하나님이 우리 곁에 서서 우리를 지키신다는 믿음을 가지면 우리의 마음도 평안해진다. 우리가 가진 현실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은 하나님에게서 나온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심을 의심하지 않고, 그분의 손을 붙잡고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가 추구할 것은 깊은 영성이다. 곰삭은 음식이 건강에 좋듯이 우리의 신앙도 깊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겨울을 준비할 때 가져야 할 마음은 인생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일들을 마무리하고 결산할 때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내가 누군지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고,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충성스럽게 감당했는지, 맡은 일에 소홀함을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겨울이 오면 하던 일을 돌이켜 다시 하기 힘든 시기이다. 가을에 성실하게 점검하고 마무리 준비를 해야 한다.
누구나 살아온 삶에 책임을 져야 하는 때가 온다. 에이브라함 링컨은 “사람은 중년기에 자기의 얼굴 모습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고 했다. 중년기 그 사람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성실하게 사랑하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걸어간 삶의 열매가 얼굴에 고스란히 담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사랑하고 베풀며 섬기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배우는 일에 벌써 늦었다고 할 필요는 없다. 겨울은 또 다른 계절이다. 겨울을 준비하며 배워야 할 것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일이라도 겨울에 필요한 일이라면 배워야 한다. 그러면서 더욱 깊은 신앙의 단계로 들어가고자 힘써야 한다. 말씀 묵상이 깊어지고, 기도가 깊어져야 한다. 섬김과 나눔이 풍성해져야 한다. 오늘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겨울이 오기 전에 오늘 잘 준비하여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한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