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15:16) 이 은혜는 곧 나로 이방인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이 되어 하나님의 복음의 제사장 직분을 하게 하사 이방인을 제물로 드리는 것이 성령 안에서 거룩하게 되어 받으실 만하게 하려 하심이라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으로 복음을 전파했음을 고백한다. 세상에서 일꾼이 되려면 일꾼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예수의 일꾼 바울은 달랐다. 일꾼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자격을 갖추어서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꾼의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예수를 음해하고 대적하는 사람이었다. 예수의 일꾼을 핍박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예수의 일꾼이 되었는가?
하나님의 은혜이다. 예수님께서 아무런 조건 없이 바울은 일꾼으로 불러 주었다. 그 은혜를 힘입어 일꾼이 되었다. 직무를 감당할 때도 자기 지혜와 생각을 따라 감당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 주신 은혜를 따라 편지를 기록하고, 그 은혜를 따라 복음을 전파했다. 자기 노력과 열심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된 이유가 아니다. 직무를 감당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바울은 말과 행위로, 표적과 기사로, 성령의 능력으로 직무를 감당했다고 고백한다. 말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드러나는 표적과 기사로 복음을 전파했다. 결국 자기 힘이 아니라 하늘의 능력, 성령의 능력으로 복음을 전파했다. 자신은 일꾼이고, 주인은 예수님이시다. 그래서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이라고 고백한다.
일꾼은 자기의 생각과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종의 역할은 주인의 말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인의 말을 기억하고 열심히 살도록 해야 한다. 바울이 은혜를 따라 복음을 전파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주신 말씀은 ‘다시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성령의 사역 중 하나도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바울도 성령의 능력을 따라 그렇게 사역을 하고 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간략하고 명료하게 편지를 썼다. 그렇다고 대충 전한 것은 아니다.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일루리곤까지 복음을 편만하게 전파했다. 편만하다는 표현처럼 빠짐없이 꼼꼼하게 모든 지역에 전파했다는 것이다. 관문 도시를 중심으로 그 도시가 복음화되면 다른 지역들도 자연적으로 복음이 흘러가도록 전파했다. 시간을 절약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위해 지혜롭게 복음을 전파한 것이다.
복음을 전파할 때 복음이 복음 되도록 조심했다. 남이 이미 세운 터 위에는 자기 건물을 지으려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행한 일을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행동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서는 복음을 전파하지 않았고, 그들이 받은 복음을 기억하며 더욱 믿음 위에 견고히 설 수 있도록 협력했다. 남의 수고를 자기의 수고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사람들을 속이지 않은 것이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정직하게 행동한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으로 하나님의 복음을 이방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헌신한 바울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누구의 일꾼인가? 주님의 일꾼으로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있는가, 시간을 아끼며 주의 나라를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하고 있는가? 질문할수록 부끄럽다. 복음의 일꾼으로 당당해야 하는데 아직도 주님을 닮고, 바울을 닮아가기에는 멀어 보인다. 내가 감당할 지역, 사람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그 지역과 사람을 주께로 인도하기 위해 지혜를 구한다. 내 힘과 능력과 지혜가 아니라 성령의 능력과 하늘의 지혜를 힘입어 복음 전도자로 살기를 기도한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이 ‘잊혀진 명령’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길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