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고전 15:10)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바울은 자신을 지극히 작은 자이고(9절), 만삭되지 못하여 난 사람과 같은 존재이며(8절), 사도라고 불릴 수 없는 존재(9절)라고 고백한다. 심지어 자신을 죄인 중에 괴수라고 한다(딤전 1:15).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돌아본 사람의 솔직한 고백이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 어려운 시대에 바울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런데도 바울은 사도로서 다른 어떤 사도들보다 더 많이 수고하고 일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보잘것없었던 바울이 사도로서 사역을 탁월하게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울은 자신에게서 그 이유를 찾지 않고 하나님에게서 찾는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 때문이라 고백한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가 헛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수고하고, 더 많이 일할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작은 자랑거리만 있어도 드러내고 자랑하려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하였고, 초대교회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할 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바울은 철저하게 십자가와 복음, 그리스도만을 자랑한다. 살아도 주를 위해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해 죽기를 원한다. 세상의 모든 자랑감은 배설물처럼 생각한다고 고백한다.

바울은 어떻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까? 하나님의 은혜를 제대로 경험한 것이다. 은혜는 값없는 선물이다. 내게 어떤 받을만한 자격이 있고, 조건을 갖추어서 얻어낸 것이 아니다.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데 그냥 공짜로 얻은 것이다. 그 은혜를 생각하니 복음에 빚을 진 사람임을 알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도 포기하고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하고 드러내기 위해 살았다.

바울의 삶을 보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라고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니 은혜 아니면 올 수 없었던 길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십자가 복음을 증언하는 것이다. 바울은 은혜, 복음, 십자가, 하나님을 자랑한다. 나는 무엇을 자랑하고 드러내는 삶을 살고 있는가? 부패한 나를 잘 포장하여 내놓고 있는가? 바울처럼 하나님과 복음, 십자가와 사랑, 은혜와 영생의 삶을 증언하며 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