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24:27)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보라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하신 모든 말씀을 이 돌이 들었음이니라 그런즉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을 부인하지 못하도록 이 돌이 증거가 되리라 하고
여호수아는 고별 설교를 하면서 자신과 자신 가족은 여호와만을 섬기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하나님 한 분만을 섬기라고 당부한다. 세겜에서 언약을 갱신하고 하나님 백성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율례와 법도를 정한 것이다. 하나님 한 분만 섬기며 애굽과 가나안의 이방신을 섬기지 않기로 다짐하는 것이다.
단순히 마음의 다짐만이 아니다. 마음의 다짐은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들 중에 남겨둔 이방 신들을 제거하고 오로지 하나님 한 분만을 섬기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순종할 것을 다짐하자 시내 산에서 맺은 언약을 이곳 세겜에서 갱신한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물을 남긴다. 큰 돌을 가져다가 여호와의 성소 곁에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에 세워 증거를 삼았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고백한 말을 변함없는 하나님이 들으시고, 돌이 들었다는 것이다. 돌은 증거물이다. 오랫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남아 있으면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생각나게 하는 목적이다. 돌을 볼 때마다 자신을 살피고 하나님 앞에서 언약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 살피려는 목적이다.
우리는 잘 잊어버린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잊어버리고 행하지 않을 때가 있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약속 시간과 장소를 기록하여 남기는 것이다. 자기 일정표에 기록을 남기고 미리 알려주는 알람을 설정한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직장에 있는 다이어리에도 남기고, 집의 탁상용 달력에도 기록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자주 기억하고 마음에 되새겨야 할 일은 기념물을 남기는 것이다. 그래서 명승지에 가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다짐하고 열쇠를 걸어놓거나 하트 모양의 상징물을 걸어 둔다. 서로의 마음이 변치 않고 끝까지 사랑하자는 다짐이다. 그런데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한 상징물은 추억 속에만 남는 경우가 있다. 잘 기억하려면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내가 생활하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언제든지 지나면서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잊어버리지 않는다. 가끔 한 번 가는 관광지에 설치하는 것은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그 말씀에 순종하며 살기 위해 손목이나 이마와 같은 곳에 기억 매체를 만들었다.
우리도 매일 아침 묵상하며 하나님 말씀을 따라 순종하며 살기 위해 기억 매체가 필요하다. 매일 성경을 묵상하며 그 말씀의 의미를 되새김하고 삶에 적용하기 위해 자기만의 기억 매체가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하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묵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묵상을 함께 믿음의 길을 걷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자기를 위한 기억 매체이다.
우리는 또한 하나님을 드러내 보여주는 기억 매체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다양한 도전과 상처를 입지만 그 상처는 오히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기억 매체가 된다. 승리하고 성공한 사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지만, 그보다 실패하고 상처를 입은 일들이 더 좋은 기억 매체가 된다. 큰 돌이 언약의 증거물이 된 것처럼 매일 묵상이 하나님 앞에서 내가 다짐하는 언약이 되고 하나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힘이 되길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