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23:28) “예수께서 돌이켜 그들을 향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이제껏 스승으로 모시고 따랐던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되기 위해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여인들의 마음이 아팠다. 슬픔이 가득했다. 안에 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에게 이런 여인들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까?
주님은 그들을 보면서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말씀하신다. 주님은 약속된 길, 십자가의 길, 구속의 길을 향해 걸어가지만 이제 이 땅에 남겨져 환난을 겪을 예루살렘의 딸들을 걱정하신다. 주님은 자신에 대한 걱정보다는 예루살렘의 딸들 자신과 그의 가족들을 걱정하고 울라 하신다. 끝까지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풀고 계시다.
예루살렘에 닥칠 혹독한 시련을 아셨기에 그것을 미리 내다보시면서 하시는 말씀이다. 로마의 군인들이 앞으로 행할 일을 아셨다. 70년에 있었던 로마의 디도 장군과 그 군인들이 예루살렘 멸망을 위해 할 일을 내다 보신 것이다. 푸른 나무처럼 생명을 내어주고 평화를 심으러 온 자신에게도 이렇게 대하는데 마른 나무처럼 폭력과 전쟁으로 저항하는 예루살렘의 딸들에게는 얼마나 더 잔혹하게 핍박할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셨다(31절).
우리는 우리 자신의 현실을 보지 못한 채 이웃의 일을 걱정할 때가 있다. 당장은 이웃이 문제인듯해도 좀 더 멀리 내다보면 오히려 ‘나 자신’이 더 큰 문제일 때가 있다. 더 멀리 내다볼 안목이 우리에게는 없다. 당장 현재에 매여 산다.
그래서 우리의 지혜와 생각만으로 사는 것은 눈 앞에 펼쳐지는 일들만 겨우 대처하며 살 수 있다. 그것도 때로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하늘의 은혜가 필요하다. 하나님이 도와주시고 인도하심으로 승리하게 하시는 은혜이다.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을 보면서 우리 자신 앞에 펼쳐질 일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주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기도로 준비하며 하늘의 은혜를 구했던 것처럼 우리도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 교제하며 하늘의 은혜를 구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찾고, 그 뜻을 따라 순종할 수 있는 지혜와 은혜를 구해야 한다. 하늘의 뜻에 순복하고, 은혜를 따라 살아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라 이 세상 권세들과의 싸움이다.
무모하고 어리석은 방법을 믿고 행동하는 나를 위해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하늘의 은혜가 덧입혀지길 기도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나의 모든 것을 내 맡기고 묵묵히 따라가길 소망한다. 언젠가는 예수님을 닮은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나서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증언하며 살기를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