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12:10)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그리로 내려갔으니 이는 그 땅에 기근이 심하였음이라
본문의 그 땅은 ‘가나안 땅’이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길을 출발하여 약속의 땅에 도착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도착한 땅이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시고 가라고 하신 땅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신 약속의 땅에도 기근은 찾아온다. 기근은 믿음의 사람이나 불신자를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온다. 신앙생활을 잘 해도, 반대로 인간적인 방법으로 살아도 차별 없이 찾아온다.
기근에 대한 반응을 통해 신자와 불신자를 구별하신다. 기근이 무엇인가? 결핍이다. 굶주림이다. 고난이다. 아픔이다. 피하고 싶은 것이다. 가나안에 찾아온 기근은 그 정도가 심했다. 견디기 힘든 상태이다. 정도가 심할 때 문제는 더 크게 발생한다. 기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할 때이다. 바로 ‘이 순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구별된다.
그런데 구별이 안 될 수도 있다. 믿음의 사람이 믿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할 때이다. 동일하게 만나는 어려움이기에 구별되게 살기 쉽지 않다. 아브라함의 선택은 기근을 피하는 것이다. 식량이 있고 기근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주변을 살피고 그런 장소, 애굽으로 내려간다. 애굽은 풍요로운 곳이다. 나일강의 범람으로 인해 땅이 비옥하고 풍성한 곳이다.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애굽에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없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겉보기에는 좋고, 모든 것이 풍성하지만 그 이면에는 피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애굽에는 강탈이 있다. 눈에 보기에 좋고, 미인이면 당사자의 의견과 상관없이 힘으로 빼앗아 간다. 힘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약한 자들은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강한 자가 취하는 형식은 갖춘다. 예를 갖추어 선물도 전한다. 그러나 이것은 강탈 수준이다. 당사자의 의견이 전혀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굽은 자기 보기에 좋은 것을 빼앗아 가는 곳이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곳이다. 빈익빈 부익부가 있는 곳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곳이다. 소외계층이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다. 시민 교양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복지의 사각지대가 많은 곳이다. 거짓말을 잘하면 잘 살 수 있는 곳이다. 인간의 생각이 지배하는 곳이다.
아브라함은 이런 곳에 살기 위해(거류하려고) 내려갔다. 그러나 이런 곳은 믿음의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 잠시 필요를 채우고 지나가야 할 곳이다. 다른 모든 사람이 살 곳이라고 주장하여도 그리스도인은 바로 보아야 한다. 이런 곳은 복음이 필요한 곳이다. 사랑이 필요한 곳이다. 믿음이 필요한 곳이다.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가 필요한 곳이다.
애굽은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복음을, 말씀을 꼭 붙잡지 않으면 쉽게 넘어지는 곳이다. 오늘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이 있어야 한다. 내 힘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공급하시는 힘을 의지해야 한다. 내 힘만으로 살면 반드시 넘어진다.
이것을 인정하며 말씀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성도의 멋이다. 매력이다. 정직함이다. 오늘 하루 삶을 하나님 앞에서 살기 소망한다.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시는 곳이기에 소명이 있는 자리이다. 바로 그곳, 위에서 부르신 소명이 있는 곳, 하지만 고난과 기근이 있는 곳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넘어서길 기도한다.

